일상/기타

해외 포닥을 망설이는 3가지 이유

Silverbowl 2023. 1. 10. 22:56

나는 지방 국립대에서 학사, 석박사통합과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쉴 틈 없이 바로 미국으로 포닥 (Post-doctor) 생활을 약 5년 정도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에 취직하였다. 생명과학이라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다 보면 주변에 박사도 많고, 미국 생활을 하니 더더욱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많다 보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해외 포닥을 생각했었는데,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해외 포닥을 망설이는 상황들을 정리해 보았다. 해외 포닥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해외 포닥 취업하기: 일단 취업에 성공하면 가게 된다

해외로 나가고는 싶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취업을 해야한다. 포닥 자리를 찾는 방법은 다양히 있다. 지도 교수님이 아는 연구진으로 소개받아 가는 경우도 있고, 여러 군데 지원서를 내어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내가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취업을 한 케이스다. 전공 분야 대가의 랩으로 지원 이메일 (공고가 나지 않아도 이메일로 물어보는 경우)를 보내게 되면 대부분 답장을 받지 못하거나, 와서 일하는 건 상관없으나 펀드 (과제)가 없으니 스스로 과제를 따 급여를 받으라는 황당한 메일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 국비 지원으로 포닥을 나오는 경우가 많아 생긴 답변인 것 같다. 나는 철저하게 Job이 열려 있는, 공고가 떠 있는 연구실에만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Nature careers에서 'Postdoctoral Science Jobs' 으로 검색 가능하다. 그 외 다양한 구직 플랫폼 (Indeed, Linked In)을 이용해 나의 전공과 맞는 연구실을 찾을 수 있다. 

https://www.nature.com/naturecareers/jobs/postdoctoral-jobs-in-united-states

 

Postdoctoral Science Jobs: Nature Careers

Postdoctoral jobs in the United States

www.nature.com

 

2. 언어: 연구만 잘해도 된다

박사 학위하면서 영어로 논문을 읽고, 쓰기는 하지만 듣기, 말하기는 정말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포닥 교수님은 나의 논문 실적과 그들이 필요한 실험을 할 줄 알기에 나의 말하기 실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영어가 걱정이라면 연구 소개는 연습을 하면 되니, 일단 지원서를 넣어 보길 권한다. 

정신없이 준비해 미국에 딱 도착했을 때, 한 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답답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성인이 되어 해외에 나가게 되면 특별히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한, 영어 실력이 유창하게 되는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문법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생활 영어는 늘게 된다. 바디랭귀지는 영어를 못하는 두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너지가 있고, 새로운 외국인을 만나는 데 스스럼이 없다면 영어는 금방 늘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3. 나이: 선택의 자유

어쩌면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 중 하나는 나이 일 것이다. 나가보니 생명과학 분야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논문이 나오는 데까지 평균 5년은 걸리는 것 같았다. 사실 요즘은 7-8년 포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포닥 생활이 서른 중반, 마흔 넘어서 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또, 국내 포닥도 마찬가지지만 포닥 때의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정규직' 자리를 잡기 위해 또 고군분투 해야한다는 것이 제일 큰 단점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는 재미있고, 해외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다가도, '나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진정으로 원하면 해외에 나가 연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박사 학위와 논문 실적이 있으니 영주권 취득도 비교적 쉬운 편이며, 포닥 이후의 자리를 잡을 때 눈을 넓히면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 용기가 나지 않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해외 포닥 가고 싶다'라면 일단 지원서를 써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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