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리뷰

[독서] 린치핀 by 세스 고딘

은그릇 2025. 3. 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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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 린치핀 책 소개를 종종 보게 된다. 원서 출간 15년 기념 특별 양장판이 나오면서, 다시 회자되었다. 2024년 다시 발간하면서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세상에 소란을 피우는 인간이 되어라'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읽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저자 세스 고딘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케팅 구루의 책 답게 표지도, 책 내부의 색 (보라색과 파란색의 중간 어디쯤)도 책을 조금 더 센스 있어 보이게 한다.

 

린치핀마차나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이다. 작지만 중요한 핀이여서, 핵심축이나 구심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가 가치 있는 제품에 대한 은유였다면, '린치핀'은 가치 있는 사람에 대한 은유라고 설명 한다. 책 초반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알았어야 했는데, 저자 세스 고딘은 은유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후에 나오는 표현들과 단어가, 일반적인 뜻이 아니라 은유적 표현으로 쓰고는 했다. 은유적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지,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엔 한참 고민하기도 했다.

 

세스 고딘은 책의 내용 반 정도를 왜 우리가 톱니바퀴가 되었는지, 왜 린치핀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산업화 시대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매뉴얼 대로, 실수 없이, 반복적인 일을 잘하는 능력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런 능력으로 평생 큰 문제없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드는 요즘에는 그런 능력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지금의 시장에서는 더 인간적이고, 더 다양한 인간 관계를 맺고, 더 성숙한 사람을 요구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회사는 계속 그런 사람을 원했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적당히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린치핀은 예술적으로 일한다고 표현하는데, 우리 말로 하면 장인 정신을 발휘한다와 비슷한 표현인 것 같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섬세하게 챙기는 것이 결과물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을 하거나 장인 정신으로 일을 한다고 하면, 왠지 혼자서 일할 것만 같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들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조직의 린치핀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여기서 감정 노동이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라, 남들의 감정을 살펴주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일을 하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하며,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모든 일들을 잘 해내는 인재가 조직의 린치핀이다. 회사에서 성격도 좋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동료는 린치핀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린치핀은 지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지도는 정해진 미래, 정답, 지침 등을 의미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데, 모두들 정답을 알기를 원한다. 지금 내가 하는 선택이 최선인지 더 좋은 방향은 없는 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 예측 가능한 미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예술은 지도 없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도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20대 후반 즈음 정답이 없는 일이 힘겹게 느껴질 때, 누군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하다못해 방향이라도 알려줬으면 생각할 때가 있었다. 주관식보다 객관식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의 나는 문제를 푼다는 건 정답을 맞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린치핀에서도 이야기하듯 그런 정답은 없다. 모두에게 맞는 정답은 더더욱 없다. 다만 나에게 맞는 답이 있을 뿐. 아직도 쉽진 않지만, 나만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일을 즐겨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속한 조직에서 린치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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